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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예빈  조회수  3767


나는 어릴 때 책을 곧 잘 읽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방과 후에 늘 집 주변의 도서관에 머무르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읽는, 자타가 공인하는 다독어린이였다. 그러다 보니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아는 게 많았던 것은 물론이요, 독서로 인해 학습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았으니 성적도 높았다. 그리고 다독하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많은 분량의 글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따라서 갈수록 글을 읽는 것을 즐겨 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쾌감을 느꼈고, 굳이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는 것 자체에도 즐거워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커 간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도서관과 함께했던 그 시절은 아직도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님과 학교는 내게 '책을 많이 읽을 것'보다 '시험 점수를 잘 받을 것'을 강요했고, 주변의 그러한 요구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틈틈이 책 읽기를 즐겨 하던 나에게서도 독서할 여유를 빼앗아 갔다. 평소 책을 자주 읽는 다른 아이들은 중학교에도 독서하는 시간을 크게 줄이지 않았으나, 나는 남들보다 성적을 잘 받고 싶다는 승부욕이 먼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근시안적인 생각이지만, 독서를 하는 것보다 공부에 매달려 성적표로서 바로 성취를 증명하고 칭찬을 받는 것이 그 당시 나의 눈엔 더 나은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독서를 위한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에 매달린 결과 나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남들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높은 점수와 등수가 찍힌 성적표를 본 부모님은 나에게 보너스로 용돈을 주셨고, 나는 더더욱 성적 향상에만 매달리면서 책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중학교 공부에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자, 내용은 점점 어려워져도 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간을 예전처럼 책을 읽는 데 쓰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초고속 인터넷이 점점 보급되던 시기였고, 또래 아이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책보다는 컴퓨터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메신저로 친구와 채팅을 하고, 인터넷에서 연예인 사진을 찾아 컴퓨터에 저장하고, 인터넷 소설을 읽는 것을 취미로 삼게 되었다. 때때로 독서와 멀어진 나를 보며 경각심이 들기도 했지만, 순간순간의 재미를 도저히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의 독서능력은 거의 향상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친구들에 비해 높은 편이었고, 실제로 학교에서 주최하는 독서 퀴즈대회, 독서 감상문 대회에서도 계속하여 입상을 할 정도였다. 나는 속으로 점점 거만해졌고, 자만심은 계속해서 인터넷이라는 취미에 탐닉하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중학교에서의 3년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동안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만으로 수학과 영어 선행학습을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국어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했고, 나 역시 그러했으며, 게다가 중학교 때 키운 독서에 대한 자만심은 국어라는 과목을 얕보게 만들었다. 실제로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 언어영역에서 나는 98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후의 몇 번의 모의고사에서도 나는 언어영역에서 고득점을 했고, 수리와 외국어에서 부족함을 느껴 수학과 영어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러는 새에 언어영역 점수는 슬금슬금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나의 예상 점수에 못 미치는 언어 점수를 받았을 땐 실수려니 했다. 그러나 연이어 친 모의고사 성적은 나의 언어 점수가 '실수'가 아닌 '실력 없음'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초등학교 때 쌓아둔 독서 실력이 고1 말에 들어서 드디어 바닥을 보이고 만 것이었다.

바로 그 시점에, 신문에서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남들은 처음에 훈련의 효과에 대해 의심했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만큼 나는 절박했고, 나의 고민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광고 내용을 보고 그 즉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훈련 무료체험을 했다. 무료체험을 받고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이 생겨 부모님을 졸랐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의욕만 넘쳐 학습지와 논술 주간지 등을 비싼 돈 들여 신청한 후 거들떠도 보지 않는 행동을 반복했던 나는 부모님의 신뢰를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설에 받은 세뱃돈을 모아 훈련신청을 했다. 이미 방학은 거의 끝나가던 시기였다. 처음 두 달 정도는 거의 매일 착실히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개학을 하고, 2학년이 되고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다시 내신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데다, 생각했던 것만큼 폭발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자 훈련에 다시 소홀해졌다.

훈련 기간이 끝나가던 즈음에는 처음만큼 강렬한 의욕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지 않았다. 정확도와 속도는 처음에 비해 어느 정도 향상되었긴 했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을 받고 훈련 후의 간단한 테스트를 받았는데, 훈련 프로그램에서, 나의 읽기 속도가 정체되고 있는 것에 대해 진단을 내려주었다. 내가 정확도를 너무나 염두에 둔 나머지,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모든 내용을 꼼꼼히 읽고 넘어가려는 습관이 나의 독해속도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놀랍도록 정확한 진단이었다. 얼마 안 가 훈련 기간은 끝이 났고, 나는 한 번 더 훈련을 신청할까 고민하다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신청을 미루었고, 훈련 덕분에 언어영역 점수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이상 훈련을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나에게 주었던 마지막 가르침만은 마음 속 깊이 간직하였고,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내용을 굳이 외우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글을 읽으려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간 훈련에서의 성과와 나의 노력이 누적되어, 2학년 2학기에는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언어영역 100점을 받았고(고등학교 첫 모의고사가 그 당시까지 계속해서 최고기록이었다), 그 이후에도 언어영역에서만큼은 대체로 90점 후반~100점의 성적을 기록하였다. 나는 처음 응시한 수능에서 언어를 1등급을 받았으며, 다시 도전한 이번 수능에서도 언어영역 원점수 96점, 백분위 99를 받게 되었다.

수능을 두 번 치는 동안 언어영역을 내내 효도과목으로 여길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이 훈련을 체험했던 3년 전에 비해 훈련과정도 세분화되었고, 오랜만에 독해유창성 테스트와 무료훈련을 체험해보니 훈련 프로그램도 더욱 과학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이 훈련도 지금처럼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훈련 성과를 즉시 체감할 수는 없을 것이고 답답하기도 하겠지만,훈련 성과는 단순히 정확도와 속도의 수치 향상에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이 훈련을 통해서 나의 많은 잘못된 독서 습관들을 지적 받았고, 그를 명심하면서 독서에 임한 결과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독해 유창성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난 지금은 그 동안 입시에 매달리느라 읽지 못했던 각종 인문학 서적과 대학 강의용 도서를 읽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만약 독서 능력을 더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다시 훈련신청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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