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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박씨전」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
고교독서평설 문학 분과 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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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의 변신이 지닌 의미 흔히 남성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가운데 ‘여자의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 것은 용서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예뻐질 수만 있다면 성형 수술을 하겠다는 20대 여성이 수없이 많고,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여성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왠지 농담으로 넘길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이 조선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못생긴 여자가 절세가인으로 변신하는 「박씨전」이라는 소설까지 나온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박씨는 그 못생긴 게 도가 지나쳐서, 높은 코와 쑥 내민 이마에 눈방울은 끔찍스럽고, 두 어깨는 쌍 혹이 늘어져 가슴을 덮을 정도로 흉하다. 이 때문에 신랑 이시백이 거들떠보지도 않자, 뒤뜰에 초가를 짓고 몸종 계화와 외롭게 살아간다. 그렇게 박대 속에 보내길 3년, 박씨는 드디어 문제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둘도 없는 절세가인으로 탈바꿈한다. 그렇다면 그 변신의 근거와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박씨의 변신은 아름다워지기를 원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 못생긴 여자가 잘생긴 여자로 바뀐다는 설정은 많은 여성들에게 통쾌함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통쾌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씨의 변신에는 여성들의 미모만 탐하는 남성을 응징한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시아버지 되는 사람은 박씨가 외모는 괴상하나 재주가 기이하고 덕을 겸비하여 가문을 빛낼 인물이라 칭찬하며 미색을 탐하는 아들을 꾸짖는다. 곧 일시적으로 추한 여성을 내세워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되묻는 것이다. 「박씨전」의 문학사적 의의 일반적으로 「박씨전」 같은 고전 소설은 ‘여성 영웅 소설’로 분류되곤 한다. 이는 글자 그대로 영웅을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말로, 박씨는 여러 가지 영웅적인 힘을 발휘하여 가문을 빛내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 낸다. 예를 들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말이 천리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과거 보러 가는 남편에게 신기한 연적을 주어 그가 장원 급제하도록 도와준다. 그뿐 아니라 전쟁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임금을 피신시킨다. 여성이 이렇게 영웅적인 면모를 갖추면 갖출수록 남성을 어쩔 수 없이 더욱 왜소해 보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주인공 박씨와 남편 이시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에서는, 박씨는 적극적인 인물로 이시백은 소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한편으로 보면, 여성보다 훨씬 못하면서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군림하는 졸장부들에 대한 질책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박씨와 남편 이시백 사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작품의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청나라의 침입을 둘러싼 박씨의 대활약으로 채워진다. 특히 박씨의 활약은 변신 이후 절정에 이르러, 박씨는 신묘한 도술과 영웅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능력을 화려하게 펼쳐 보인다. 여기서 ‘변신(變身) 모티프’는 작품의 구성상 사건 전개의 전환점이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박씨 부인의 활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가문을 빛낸 일이요, 다른 하나는 위기에 놓인 나라를 건진 일이다. 그리고 주된 줄거리도 이 두 가지 박씨 부인의 활약과 연결되어 있다. 이 점에서 다른 고전 소설과 비교해 볼 때, 「박씨전」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 첫째, 여성의 사회 활동이 나타나 있다. 유교적 봉건 사회는 가부장(家父長) 중심의 사회다. 그 속에서 여성은 단지 가부장의 사회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여성이 가문과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여성의 사회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둘째, 숙명론적 세계관과 입신양명(立身揚名)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이 작품에는 이시백과 박씨의 혼인도 정해진 것이요, 병자호란도 ‘나라의 운수’가 그렇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숙명론적인 생각은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정신적 위안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 고대 소설의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입신양명의 가치관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박씨 부인의 활동이 결국에는 가문의 영화(榮華)를 위한 일이었다는 사실도 이와 맥락이 닿는다. 셋째, 현실에서 참패한 병자호란의 치욕을 소설적 허구를 통해 복수함으로써 정신적 위안 내지 보상을 획득하였다. 청나라에 대한 현실적 패배를 허구 공간인 소설에서나마 승리하도록 꾸몄다는 뜻으로, 이런 문학을 ‘정신적 승리’의 문학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박씨전」은 민족적인 치욕을 심리적으로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박씨전」은 역사적 맥락 등을 충분히 고려한 현실성이 강한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신화적인 속성을 강하게 담고 있는 환상성이 강한 소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모순처럼 여겨지는 이야기 구성이 오히려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근거이기도 했다. 주제의 무거움과, 그것을 풀어 가는 가벼움이 다양한 욕구의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할 수 있는데, 이런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자신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억압과 굴종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지 않았을까 한다. 조선 인조 14년(1636)에 청나라가 침입한 난리. 청의 군신(君臣) 관계 요구를 물리치자 청 태종이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침략해 왔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항복하였고 청에 대하여 신하의 예를 행하기로 하는 굴욕적인 화약을 맺었다. 이것으로 조선은 명나라와 관계를 끊고 청의 간섭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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